지난달 15일 수도 이전 후보지 4곳이 발표된 데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5일에는 충남 연기-공주가 수도 이전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특히 수도 이전 반대의견이나 최소한 사전에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 정부와 다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적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본보가 지난달 15일 여론조사기관인 K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수도 이전에 대해 ‘반대’가 50.5%로 ‘찬성’(41.1%)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59.9%로 ‘그럴 필요가 없다’(36.5%)보다 높았다.
▽‘의미 있는’ 공론화 절차는 있었나=“국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에 있어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3조 1항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된 뒤 지금까지 수도 이전과 관련된 공청회는 3차례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 같은 공청회는 대체로 ‘수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김영동(金永東) 기획홍보국장은 “대선 공약으로 검증을 받은 데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수십회에 걸쳐 시안을 작성하고 공청회를 거쳤다”며 “큰 틀에서 국민 합의 과정은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모두 24차례에 걸쳐 공개 세미나 및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수도 이전을 전제로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설득형 여론 수렴’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
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거나 국민투표 등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전체의 의견을 묻는 ‘제대로 된’ 공론화 작업은 거치지 않았다는 것.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金京煥) 교수는 “수도 이전은 행정수도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는 이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커지는 반대여론=이처럼 ‘의미 있는 공론화’ 절차가 없다 보니 정부의 수도 이전 추진에 승복하지 못하는 반대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대표인 최상철(崔相哲)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합의과정을 끝까지 무시한 졸속행정”이라며 “시민궐기대회 등 다양한 이전 반대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이전 반대 헌법소원청구인 대리인단의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5일 후보지를 최종 확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도 이전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 후보지에 대한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12월 중에 최종 입지를 고시하는 절차만 남는데, 이 사이에 국회가 새로운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수도 이전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정부는 일관되게 “행정수도 이전은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정에 큰 부담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정공공경제학회장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비용이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더 들어갈 것”이라며 “수도 이전에 드는 비용을 다른 분야에 쓰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경환 교수도 “자주 국방, 성장엔진산업 지원, 농어촌 육성 등 수많은 재정적자 요인이 있는데도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수도 이전을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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