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6일에 이어 7일에도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 주변에서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남북간에 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올해 안에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제3차 6자회담(지난달 23∼26일)을 앞두고 “이번에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6자회담 무용론’이 확산될 것이다. 그러면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그럴 경우 대북 특사 파견 같은 특단의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 핵문제 해결 여부가 국정 운영의 확고한 디딤돌이 될지, 결정적 걸림돌이 될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그동안 “북 핵문제가 가닥이 잡히기 전엔 남북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외교안보 실무진에겐 “올해 안에 북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차 6자회담은 북 핵문제의 가닥을 잡을 만큼 분명한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진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미관계 전문가들을 통해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조지 W 부시 행정부 최고위층의 대북 강경 자세는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연하게 나오는 것은 대선에서 민주당이 제기할 ‘정책 비판’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짙다”며 “미 대선 전에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남북 간에 북 핵문제 돌파구를 찾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도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농축우라늄(HEU) 문제 등 핵심 사항의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겠다. 남북간 직접적 설득 등 실효성 있는 설득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대북 설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근혜 역할론’ 민감한 한나라▼
한나라당은 7일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 정치적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원론적으로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방북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남북정상회담은 정부가 주도할 문제이고 정부가 핵 문제 해결 전까지는 (정상회담이) 어렵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방북설에 대해서도 “(북한측으로부터) 초청 계획을 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으로선 방북 계획도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6·15선언 4주년 기념식 때 이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장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이 위원장과는 간단하게 악수만 하고 지나쳤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의 8·15 방북설에 대해 “이번 8월 15일은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30주기인 만큼 박 전 대표는 국내에 머무를 것”이라며 “8·15 방북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 내에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답방을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지고 있어 향후 당론 결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정치권에선 9월 중 남북정상회담 개최,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 개최설 등이 파다하지만 무엇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 경우도 깜짝쇼나 뒷거래 회담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이날 개인성명을 통해 “북한이 김정일 답방에 걸림돌이라고 한 보안법 폐지에 한나라당이 앞장서고, 북한 주장대로 당 대표였던 사람이 김정일 답방 특사로 나서서 양탄자를 깔아줄 것인가”라며 “한나라당은 ‘안보식물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당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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