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특히 관심있게 다룬 주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 김 위원장이 현재 62세로 1974년 후계자로 지명 받았을 때 김 주석의 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북한전문가들 사이에는 핵, 경제난 등 현안이 산적해 후계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김 위원장이 70세 이전에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리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친아들 정남(正男·33) 정철(正哲·23) 정운(正雲·22)을 중심으로 후계자가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운 유력설’이 나오고 있다.
근거로는 첫째, 정운의 생모 고영희(高英姬)를 ‘평양의 어머니’로 부르며 우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고영희의 초상화가 올해부터 군 부대에 걸리기 시작했고 찬양하는 노래와 문서가 군에 보급되고 있다.
또 군과 당의 간부들은 정운을 ‘금성(金星) 대장’으로 부르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별명이 ‘광명성(光明星)’이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성(星)’이란 말이 후계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운은 부친을 닮아 호방한 성격으로 평은 좋지만 너무 젊다는 지적도 있다. 유교색이 강한 북한인지라 장남 정남은 여전히 유력 후보이다. 김 국방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밀입국사건과 장기 해외 체류 등으로 국내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
정철은 당과 내각 등 조직 전반을 관리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최근 일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제4의 후보’로는 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경희(敬姬)와 실력자 장성택(張成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33)이 꼽힌다. 현재 노동당 요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계자는 노동당 창건과 해방 60주년인 내년에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hanscho@donga.com
▼러-英紙 ‘김정일10년’ 보도▼
‘주체사상에서 선군(先軍)정치로.’
러시아 일간 모스코프스키콤소몰레츠는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후 10년 동안 북한의 변화를 분석했다.
김 주석이 ‘자주(自主)’를 강조한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데 비해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사력을 가장 중시하고 군부를 권력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 입버릇처럼 “군이 없으면 당도 인민도 국가도 없다”고 말하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노동당 총비서보다 국방위원장 직책을 내세우는 것이나 군 경력이 없으면서 원수 칭호를 받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것도 이러한 통치방식을 보여주는 예. 북한 주민들도 그를 ‘장군님’으로 부른다.
이러한 ‘군사 최우선 정책’은 미국 등 외부의 위협에 맞선 생존본능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폐쇄국가인 점은 변함이 없지만 북한을 둘러싼 장벽에 개방의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김 주석이 ‘대단한 저술가’였다고 다소 비꼬는 투로 소개하기도 했다. 1926년부터 김 주석이 썼다고 알려진 각종 저술은 무려 1만800여편으로 2, 3일에 1편씩 쓴 셈이기 때문이다. 김 주석의 저술은 60여개 국어로 출판됐는데 발행 부수를 모두 합치면 2457만쪽에 이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김 주석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숭배는 더욱 강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초청으로 올해 초 방북했던 스티브 블룸필드 기자가 쓴 ‘북한, 죽은 주석의 사회(North Korea: a dead president's society)’라는 제목의 르포기사를 실었다.
블룸필드 기자는 “후계자인 김 위원장이 부친에게 ‘영원한 주석(Eternal President)’ 칭호를 선사함으로써 북한은 죽은 지도자가 통치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메르세데스와 휴대전화 광고가 최근 평양시내에 등장하는 등 점차 개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김 주석에 대한 숭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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