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론 제2의 김선일 사건이 발생해도 불가항력이라며 ‘남의 탓’을 하던 분위기가 차츰 ‘내 탓’을 인정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외교부는 최근 전직 외무부 장관 Y씨의 아들(32)을 영사과로 발령했다. 이는 전직 장관이나 대사의 자제들이 외교부 내에서 ‘성골’로 불리며 북미국 같은 화려한 부서에 우선적으로 배치됐던 관행을 깬 것.
외교부 관계자는 8일 “영사과는 재외국민 보호라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3D부서로 소외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인사는 고위직의 자제부터 힘든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국내 귀빈에 대한 재외공관의 과도한 영접 관행도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외교 인력을 한꺼번에 크게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선 불필요한 업무를 최대한 줄여 나갈 수밖에 없다”며 “해외공관에서의 영접 관행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해 실천해 나가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반 장관은 또 조만간 확정될 재외공관장 인사와 관련해 민원과 불평불만이 쏟아지자 “지금 때가 어느 때인가. 외교부가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조직이 어려운 것은 생각 않고 어떻게 자기 인사 걱정만 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 외교관은 “반 장관이 해외출장 중인데도 국제전화로 ‘인사 민원’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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