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반대 확산…‘언론과의 전쟁’으로 국면전환 노리나

  • 입력 2004년 7월 9일 19시 01분


청와대는 9일 수도 이전 논란 보도와 관련해 본보와 조선일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통령국내언론비서관 명의의 브리핑 자료를 냈다. 사진은 이자료가 게재된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는 9일 수도 이전 논란 보도와 관련해 본보와 조선일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통령국내언론비서관 명의의 브리핑 자료를 냈다. 사진은 이자료가 게재된 청와대 홈페이지.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여권이 총공세에 나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가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9일 여권은 동아, 조선일보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9일자 ‘청와대 브리핑’은 두 신문을 향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등 당내 인사들도 “일부 세력이 반대여론을 선도해가고 있고, 여기에는 기득권을 지키고 정부를 흔들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도 신행정수도를 충청도 지역에 만들겠다고 누구보다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이 전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해 갑자기 공세에 나선 데에는 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를 넘어서는 등 확산일로의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일련의 국정운영 난맥상 때문에 노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급락세를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듯하다.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신행정수도 건설이 좌초하면 참여정부의 핵심과제인 국가 균형발전, 동북아 중심시대 등이 무너진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여권 내부의 위기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행정수도 문제를 계속 끌고 가서 지방 선거 때 활용하고, 대선 때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와대가 동아, 조선일보를 표적으로 삼고 나선 것은 이 문제를 일부 언론과의 대결 국면으로 호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된 내용은 이미 홍보수석비서관실에서 오래 전에 분석 자료로 확보해 놓은 것이고, 이를 지금 시점에 터뜨린 것 자체가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기감에서 촉발된 여권의 총공세는 최근의 국정 난맥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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