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리비아식 핵폐기' 압박

  • 입력 2004년 7월 9일 23시 41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더할 나위 없이 강하다(cannot be better, cannot be stronger).”

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한미동맹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이날 ‘20세기 중반에 탄생한 한미동맹이 21세기에도 더욱 새롭게 발전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처럼 모든 핵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선언하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강조해 미묘한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한미동맹 이상 무’ 강조=라이스 보좌관이 이날 ‘한미동맹 예찬론’을 편 것은 그동안 한미동맹 관계의 약화를 우려해 온 시각이 한미 양국에서 많았던 점에 비춰볼 때 눈길을 끌 만하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선 “한미 양국은 지난 50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반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주한미군 재조정 과정을 통해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현실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요인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전문가는 “현재 미중, 미일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입장에선 가장 예민한 한미 관계의 그림도 좋게 그려 나가는 것이 11월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 “북한은 리비아를 보라”=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미국은 6자회담과 관련해 한국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핵을 인정하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핵 폐기를 선언한) 리비아를 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거듭 촉구할 뿐 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필요도,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시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반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은 양국의 포괄적, 역동적 관계 발전을 위한 외교 당국간의 고위급(차관급) 전략 대화 기구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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