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한미동맹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이날 ‘20세기 중반에 탄생한 한미동맹이 21세기에도 더욱 새롭게 발전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처럼 모든 핵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선언하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강조해 미묘한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한미동맹 이상 무’ 강조=라이스 보좌관이 이날 ‘한미동맹 예찬론’을 편 것은 그동안 한미동맹 관계의 약화를 우려해 온 시각이 한미 양국에서 많았던 점에 비춰볼 때 눈길을 끌 만하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선 “한미 양국은 지난 50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반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주한미군 재조정 과정을 통해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현실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요인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전문가는 “현재 미중, 미일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입장에선 가장 예민한 한미 관계의 그림도 좋게 그려 나가는 것이 11월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 “북한은 리비아를 보라”=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미국은 6자회담과 관련해 한국의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핵을 인정하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핵 폐기를 선언한) 리비아를 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거듭 촉구할 뿐 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필요도,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시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반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은 양국의 포괄적, 역동적 관계 발전을 위한 외교 당국간의 고위급(차관급) 전략 대화 기구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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