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동아-조선 총공세' 사전조율 의혹

  • 입력 2004년 7월 10일 12시 54분


지난 6월 22일 전국에 배포된 일요신문 632호
지난 6월 22일 전국에 배포된 일요신문 632호
동아일보-조선일보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열린우리당의 총공세는 당청간 치밀한 전략 구상 및 교감 속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같은 총공세가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일부 언론과의 대결 문제로 국면 전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을 축으로 한 보수 세력 전체의 기반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전면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이미 지난달부터 제기됐음도 밝혀졌다.

▲靑-黨, 한달전부터 '동아-조선과의 전면전' 준비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여권 한 핵심인사가 주간지인 일요신문과 가진 인터뷰 내용에 포함돼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6월 22일 전국에 배포된 632호 1면에 <수도이전 국민투표 요구는 '제2 노무현 흔들기'…노무현 전면전 준비중!>이란 머릿제목을 뽑고, 한 여권 핵심인사의 말을 인용해 <엉성한 '수도방위군' 한방에 쓸어버려!>란 제하의 기사를 2면과 3면에 걸쳐 보도했다.

발행일자는 6월 27일로 찍혀있지만 6월 22일 처음 배포된 이 신문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전 사회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한나라당-일부 보수언론을 축으로 한 '수구-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여권 한 핵심인사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대응은 어떠한 논리로 분식(紛飾)한다 해도 본질은 기득권 유지가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특히 "수도권에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일부 보수 언론의 경우 대주주 소유지분 제한 등 언론개혁에 위기감을 느낀 데 이어 행정수도까지 이전할 경우 정치적-물적 기반까지 없어질 것이라는데 초조해진 나머지 사활을 걸고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고 말했다는 것.

▲與, 지난달 이미 "수도권에 부동산 있는 언론" 운운

여권 핵심인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8일 '인천지역 혁신발전 5개년계획 토론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에 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느닷없이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들이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 노대통령 발언 다음날인 9일 곧바로 △청와대측이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란 원색적 제목의 글을 통해 1977년 이후 두 신문의 방대한 관련 기사를 상세하게 분석 발표한 점 △열린우리당이 이에 적극 가세해 "자사 부동산 폭락이 두려운가"라며 두 신문을 비난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즉 '국민투표'에 쏠린 행정수도 이전 논쟁의 초점을 '동아-조선과의 전쟁'으로 옮기자는 논의가 여권 내부에 있었고, 지난 8일과 9일 '정해진 각본'에 따라 실행에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투표 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

이 여권 핵심인사는 또 "한나라당이 행정 수도 이전을 '천도 논란'으로 변질시킨 일부 보수언론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결국 탄핵사태에 이은 또다른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권인사는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변하지 않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다시 높아져 다시 한번 '개혁 대 반(反)개혁'의 구도가 정립될 것인만큼, 여권도 이에 대비해 보다 강도높게 개혁작업을 벌여야 한다"며 그 표적으로 '일부 언론'이 지목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여권 핵심부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해 "불감청 고소원(不敢聽 固所願·감히 청하진 못하나 본래부터 바라던 바)"이라며 내심 미소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공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하고 있는 판단 기준은 크게 3가지.

우선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 요구'가 대통령 탄핵 사태 때와 달리 전체 야권이 망라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제2야당인 민주노동당이 이미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나선데다, '탄핵 후폭풍'을 겪은 민주당도 최근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설'이 나오고 있는만큼 한나라당을 거들고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

두번째, 여권 핵심부는 "기본적으로 '영남당'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 계속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할 경우 내부 분열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남권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당내 차기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에 얼마나 계속 열의를 갖겠느냐는 것.

세번째,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근거로 삼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여권 핵심부의 믿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여권의 또다른 핵심인사는 "동아-조선 조사에서 국민투표 찬성 주장이 50~60%대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이는 여권의 난조에 대한 실망감이 주요 요인이지, 국민투표 실시가 불러올 지역간 대립 등 심대한 후유증과 1천억원에 가까운 투표 비용 등을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인사는 또 "논란이 계속돼 국민투표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폐해가 구체화되고,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태도변화가 도마위에 오르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요신문의 해당 기사를 통해 '동아-조선에 대한 청와대-여당의 전면전'을 사전에 언급한 '언론인 이준원'은 국내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의 필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소속사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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