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연내 남북정상회담에 부정적

  • 입력 2004년 7월 11일 15시 4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 핵 문제에 중대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하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북핵 문제의 경우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참여하는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하기로 합의가 돼있는 상황인데,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6자 해결의 틀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미 양자 간에 타결돼야 할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섣부른 남북정상회담은 협상 창구를 다기화하면서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북핵문제가 어떤 방법으로 완결할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그같은 합의가 이행에 착수하는 시점에 가서야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소한 북한의 '핵 동결'이라는 1단계 합의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핵 문제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에는 변수가 많다.

우선 미국의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회담의 내용이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정상회담이 미국의 의도와 정반대 쪽으로 진행될 때에는 한미동맹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9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조기 추진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굳이 설명한 것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직접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자칫하면 핵 포기시 대북 지원의 부담을 전적으로 한국이 떠안을 수 있는 점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북핵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때에는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라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외교안보라인 실무진에 "올해 안에 북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해왔다. 따라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도 해결의 전망이 불확실할 때에는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장소와 형식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형태가 되든, 아니면 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든 관계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측이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 문제로 인해 남한 방문을 꺼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은 제3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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