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청와대 브리핑’의 선동적 독설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37분


‘동아 조선일보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고 한 9일자 ‘청와대 브리핑’을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정부 기관 매체에 이런 선동적인 독설을 담아도 되는 것인가”였다.

물론 언론 보도에 청와대도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나름대로 비평을 내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언론도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짜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글은 그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그 글이 담고 있는 표현의 저급함, 논리의 비약, 반(反)지성적인 태도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과거 독재정권이 민주화 운동에 대해 툭하면 “배후에 좌경 용공분자가 있다”고 매도했던 식의 이분법적 흑백 논리가 “너희들은 노무현(盧武鉉)이 미워서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거야”라는 발상으로 되살아난 것 같아 더욱 안타까웠다.

그것은 건강한 토론을 하자는 게 아니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라는 전투의 논리일 뿐이다. 두 신문이 그토록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고 봤다면 ‘왜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한가’를 대통령이 직접 호소하는 특별기고문을 실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문제는 옳으냐 그르냐의 찬반 논쟁과 함께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만만치 않다.

이는 최근 수년 사이의 여러 사회갈등 현안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절차’도 꼼꼼히 따지는 시대가 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일찌감치 행정수도 이전이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것을 예상했기에 절차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국민투표에 부칠 용의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주의 굿판’이라는 글의 문제 제기는 이런 모든 논리의 사다리를 건너뛴 악의적 선동일 뿐이다. 지난해에는 본보의 한 보도를 놓고 청와대 고위인사의 입에서 ‘사회적 흉기’라는 발언이 튀어나온 적도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글의 품격이나 논리가 무엇이든 아무 상관없다는 게 청와대 브리핑의 제작방침인지 묻고 싶다.

김정훈 정치부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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