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곤 감사원조사단장 “바그다드에선 누구든 테러표적”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54분


“제2, 제3의 ‘김선일(金鮮一)씨 피살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 현지조사를 마치고 9일 귀국한 문태곤(文泰坤 감사원장비서실장) 감사원 현지조사단장은 11일 기자와 만나 “전쟁터인 바그다드에선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서 현지조사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생생하게 털어놨다.

4명의 조사반원을 이끌고 3일 바그다드로 들어가 6일까지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교민, 취재진 등을 밀착 조사한 문 단장은 “작년 12월 오무전기 직원 납치에 이어 올 4월 허영 목사 일행, 6월 김선일씨 등 바그다드에서 한국인 피랍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피랍되는 간격도 4개월, 2개월 등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그다드에선 미국인을 돕는다는 낌새만 보이면 피살 표적이 되곤 한다”면서 “실제로 이라크대사관 옆에 살면서 미군의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던 한 여인은 단지 미군을 상대로 빨래를 해주고 있다는 이유로 동생과 딸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무장단체와 협상을 벌였던 이라크인 여자 변호사는 “김선일씨는 마치 ‘닭 목이 잘려 나가듯’ 비참하게 죽었다. 김씨를 죽인 사람은 이슬람인이 아니다. 이슬람인은 사람을 절대 그런 식으로 죽이지 않는다”며 한참동안 흐느꼈다고 문 단장은 소개했다.

한편 문 단장 일행은 안전문제 때문에 동선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는 후문이다. 동선이 노출될 경우 ‘스나이퍼(저격수)’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암만에서 근접 취재하던 한국인 취재기자들도 따돌렸다.

바그다드에선 대사관 안에서 주로 조사활동을 벌였지만 한 명이 끝내 조사를 거부하자 조사반원 3명을 밤 10시경에 은밀히 보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문 단장은 “현지 경호원이 달라붙기는 했지만 총소리만 나면 도망가는 경호원들이 대부분 이었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납치되면…’하는 생각이 들 땐 아찔했다”고 말했다.

문 단장은 “바그다드엔 잡혀가는 사람도 많고, 실종된 사람도 수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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