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TV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사에 공문을 전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방송 여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A4용지 1장 분량인 공문에서 대법원은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 규정(11조)을 들어 MBC에 프로그램 제작과 방영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손지호(孫志皓) 대법원 공보관은 11일 “이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방영될 경우 21일로 예정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MBC 경영진은 7일 ‘PD수첩’ 제작을 당분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노조와 제작진이 이에 반발해 예정대로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 공보관은 앞으로 대법원의 대처와 관련해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추가대응을 시사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제작진 “내용도 모르면서 공문… 난센스”▼
MBC ‘PD수첩’의 송일준(宋日準) 책임프로듀서는 11일 “대법원이 방송 전에 공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지만 정작 공문의 내용은 ‘신중히 방송해 달라’는 수준의 의례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시사교양국장의 책임하에 방송하기로 결정한 사항이므로 예정대로 13일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이 방송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방송 전에 공문을 보내는 처사는 난센스”라며 “공문과 관련해 MBC 경영진으로부터는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최승호(崔承浩) MBC 노조위원장은 “공문의 발신인이 법원행정처 공보관으로 돼 있고 대법원장 직인도 찍혀 있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면서 “대법원의 의견 제시가 ‘프로그램이 어느 일방을 편들어 재판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추측성 보도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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