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說 왜 꺼질줄 모르나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58분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정보나 사실에 입각한 얘기들이 아니라 “이쯤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와 막연한 추측에서 비롯된 설(說)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정상회담 문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달 중순 SBS의 “북측이 작년 봄에 정상회담을 제의했으나 우리측이 거절했다”는 보도였다. 청와대는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보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직후 북측이 모종의 ‘획기적 제안’을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 다만 그것이 ‘남북정상회담이냐’ ‘대북 특사 파견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정부의 핵심인사도 “북한측이 참여정부 출범 직후 놀랄 만한 제안을 해왔으나 정부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얘기는 이미 1년 반 전의 ‘흘러간 얘기’다.

또다시 정상회담 문제가 언급된 것은 6월 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중과정에서였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이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답방을 권유했다”고 답했던 것이 정상회담설을 촉발시켰다.

게다가 방중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이 “4월 중국을 방문했던 김 위원장이 중국 고위관리에게 ‘적절한 시기에 남조선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원론적 얘기를 전한 것이 김 위원장 답방설을 증폭시켰다.

이에 맞춰 정치권에서 ‘김 전 대통령 대북 특사설’ ‘박근혜 대북 특사설’이 흘러나왔다.

정치인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한 내용이 언론의 성급한 보도로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설로 확산됐다. 또 조선일보는 2일자에서 러시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정상회담설이 난무하자 정부는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이 8일 국회 정보위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정상회담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의 11월 대선을 주시하고 있고, 미국은 ‘대선 전 현상유지’ 전략을 지키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남과 북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 문제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