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측은 “수도 이전은 국회 의결을 거쳐 합법적으로 추진되는 중요 정책 사항으로 헌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헌법소원 및 가처분신청의 주요 내용=특별법의 제정 시행으로 국민투표권과 납세자 권리, 청문권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거나 침해가 예상된다는 게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먼저 수도 이전 문제는 헌법 72조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인데도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 국민투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재량권 조항은 이 사건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대리인단은 주장했다. 헌법조항은 ‘긴급 사안의 경우 등엔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일 뿐이며 시간적 여유가 있고 중요정책인 수도 이전 문제는 재량권을 주장할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천문학적인 수도 이전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나 서울시 공무원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라고 대리인단은 지적했다. 또 자신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국민의 청문권(聽聞權)도 침해됐다는 것이 대리인단의 문제의식. 특별법 6조에서 ‘헌법기관 이전 계획에 대해서는 대통령 승인 전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국회를 대통령의 하급기관처럼 정한 조항으로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처럼 수도 이전이 전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헌재가 위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추진작업을 일시 중지하라는 것이 대리인단의 논리다. 대리인단은 통상 180일 이내인 헌재의 결정 기간 중에 수도 이전작업이 정지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만약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도 이전이 계속 추진되다가 본안에서 특별법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되돌리기 힘든 피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수도 이전 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데다 8월에 최종 수도 후보지까지 선정되면 사업 추진은 더욱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절차와 전망=헌재는 먼저 이 사건의 주심인 이상경(李相京) 재판관이 속해 있는 제3지정재판부에서 청구기간 경과 및 대리인 선임 여부, 청구인 적격(適格), 청구인들이 특별법의 제정 시행으로 실제 권리가 침해됐는지 등에 대한 사전심사를 거친 뒤 30일 안에 전원재판부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구인 적격이 인정되면 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본안 심리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건은 각하된다.
이 사건의 경우 추진위에 대해 활동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따라서 청구자격이 인정돼 본안 심리가 시작되면 본안 결정에 앞서 가처분 인용 여부가 먼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은 본안의 승소 가능성과 중대한 불이익의 존재 여부, 긴급성, 가처분으로 인한 이익 비교 형량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 가처분의 경우 결정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본안보다 먼저 판단이 내려지게 되며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인용 결정의 요건이다.
본안 심리 과정에서는 국회 의결 절차상의 하자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위헌 결정이 나지만 위헌이라고 보는 재판관이 5명 이하이면 이 헌법소원은 기각된다.
헌재는 심리 과정에서 당사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사실조회나 자료 제출 요구 등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 구두 변론을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대리인단이나 정부측의 요청에 의해 공개변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의 심리기간은 180일 이내이지만 의무규정은 아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나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이 사안에 대한 헌재의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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