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기지사 “충청표 계산하는 청와대에 놀라”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48분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12일 “수도 이전 문제를 불신임 또는 정권 퇴진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국민을 담보로 잡고 벌이는 정치”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의 대응 태도를 강력히 비난했다.

손 지사는 외자 유치를 위한 유럽 방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대선용과 총선용으로 써서 재미 좀 봤으면 이제는 수도 이전 문제를 갖고 정치적으로 더 재미 보려는 생각은 그만두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 때 노 대통령이 ‘충청도는 숫자는 적지만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충청도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며 표를 보고 수도 이전을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더라”며 “그 발언 자체가 수도 이전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란 점에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의 예를 들면서 “독일은 통일된 지 15년이 됐지만 의견 수렴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리 관저를 지난해 옮기는 등 아직 절반도 이전하지 않았다”며 “지금 같은 졸속 수도 이전은 안 되며 공론화를 통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충청 표를 생각하고 책임 없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가결시킨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도 이제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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