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반라(半裸) 상태의 여배우 몸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여야간 정치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벗은 상반신을 드러내 성적 비하를 연상시키는 박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 파문이 친일진상규명법개정 등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던 여야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예정됐던 사회 문화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제히 패러디 사진 파문을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때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고압적인 답변 태도를 이유로 오후 대정부질문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젊은 의원들이 운영하는 ‘좋은 나라 닷컴’에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흉측하게 비하한 패러디가 수없이 게재돼 있다”며 거꾸로 한나라당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역공을 펴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순자(朴順子)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야당 대표를 폄훼했다”며 “청와대가 초기화면에 패러디물을 띄워서 전 국민이 야당 대표를 패러디한 사진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고 맹공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사과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수천만명의 네티즌 중의 한 사람이 올린 내용으로 어떻게 홍보수석을 파면하느냐”며 맞서 두 사람간에 고성이 오갔다.
두 사람의 언쟁이 계속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총리가 저렇게 고압적으로 답변해도 되느냐”(이상배 의원), “저렇게 답변하라고 인준해준 줄 아느냐”(김형오 의원) 등의 고함이 쏟아졌고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지”(유시민 의원)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 총리는 오후 답변에서 “사실을 알아보니 박 의원이 그렇게 주장할 만한 입장에 있었던 것 같다. 과했던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한나라당 배일도(裵一道) 박형준(朴亨埈) 의원도 발언의 대부분을 패러디 파문에 할애했다.
장외에서도 ‘전투’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박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을 음란물 관리상 삭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발 더 나아가 초기화면에 버젓이 가공 편집하여 배치한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며 △노 대통령 사과 △책임자 파면 △청와대의 재발방지 약속 등을 거듭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도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를 게재했다며 맞불 놓기에 나섰다.
서영교(徐瑛敎) 부대변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노 대통령 패러디 사진이 수도 없이 게재되어 있는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를 고발한다”며 “흉측한 폭력적 패러디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나라당은 이 사이트를 즉각 폐쇄하고 공개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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