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이 서울에 남아 있어도 ‘대사관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까.”
“신행정수도 내 외교단지 대지 가격은 싸게 해줄 건가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3층 국제회의실. 주한 외교사절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행정수도 건설과 외교단지 건립 계획 설명회’에선 주한 외국공관의 고민과 궁금증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주한 공관들, ‘이래도 저래도 걱정’=최대의 골칫거리는 신행정수도 내 새 공관 건립을 위한 비용 마련 문제.
라흐만 하미드 주한 브루나이 대사는 “브루나이에서 한국대사관 부지를 (공짜로) 제공하면, 한국도 신행정수도 내 (브루나이) 대사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프란시스코 라우지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건립될 외교단지 부지 가격은 얼마인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라이프 돈데 주한 덴마크 대사는 설명회가 끝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덴마크는 (재정 문제 때문에) 지난 2년간 해외 공관 10곳의 문을 닫았다. 현재로선 주한 대사관의 신행정수도 이전 여부도 비용 문제 때문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보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뒤처진 신행정수도에서 원활한 외교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주한 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대사관의 단순 업무는 현지인(한국인)을 고용해 맡기는데, 신행정수도에서도 그런 직원들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한 이집트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은 대학과 같은 다양한 비정부기관과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다. 그런 기관들은 서울에 남는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협조할 수 있느냐”고 걱정했다.
▽속 시원한 대답 못하는 정부=이춘희(李春熙)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부단장과 전재만(全在萬) 외교부 기획심의관은 주한 공관들의 이런 우려에 대해 “서울과 신행정수도 간에 (고속철도로) 1시간 정도면 왕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외교단지 부지 가격은 조성 원가 수준으로 하는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일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선 “그런 부분까진 생각해보지 못했다. 앞으로 검토해 (정부안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로부터 정확한 내용을 더 들어본 뒤에야 본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말하는 주한 외교사절이 적지 않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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