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청주에 이어 3번째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추진위측은 수도 이전 계획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주제발표를 통해 총 4시간 중 2시간가량을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과 정부에서 계획 중인 지방분권 사업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데 할애했다.
또 자유토론시간에도 추진위 인사나 평가위원 등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반면 일반인 참가자들의 발언은 사전에 주최측에 질문요청서를 낸 경우로만 국한했다.
이날 공청회는 300여석의 좌석 중 200여석만 채워지는 등 전반적으로 썰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특히 자유토론이 시작된 오후 4시경부터는 6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방청객 중에는 정부측이 참석 협조를 요청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적지 않았다.
추진위측은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등 다른 국정과제와 ‘패키지’로 연결돼 있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규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국장은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을 함께 추진하면 수도권 인구 170만명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헌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위원은 “사실 주최측의 한 사람으로 토론회에 참석하는 게 약간 멋쩍긴 하다”면서 “특별법 제정 한참 뒤에 수도 이전 당위론에 대한 논의가 다시 나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성호 부산대 교수는 “신행정수도의 과도한 재정수요에 의해 지방분권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주최 공청회 성격상 수도 이전 강행에 대한 본격적 문제 제기는 드물었지만 대전 청주 공청회보다는 ‘쓴소리’도 조금 나왔다.
이상희 울산 경실련 공동대표는 “의약분업 때에도 미리 제도와 법령을 다 손질했지만 막상 시행일에 닥쳐 국민적 혼란이 크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국민 동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이제 와서 딴소리’라는 식으로 수도 이전 반대론측을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구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의 외연을 충청권으로 확대하는 또 다른 집중현상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충청권에 행정수도, 서울에 경제수도를 만들면 부산에도 ‘해양수도’를 조성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를 지켜본 부산 여성유권자연맹 이정애 부회장은 “행정수도에 대해 부산시민들은 관심이 없다”며 “행정수도를 이전하더라도 부산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영남권의 지방분권사업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청객은 “천안 대전에 이어 연기 공주까지 개발이 가속화하면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충청권 개발로 부산 신항만 건설 등이 뒷전으로 밀리면 부산의 경제 침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처음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김안제 추진위 위원장은 ‘공청회가 지나치게 국정홍보의 장으로 변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청와대가 옮겨가는 곳이 ‘수도’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입법부 사법부 이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행정부 이전을 주도한다는 입장을 정해 ‘행정수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