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대선 직전인 1987년 12월 4일 육군 제2군수지원사령부 산하 부대에서 부정투표에 저항하다 선임병인 B병장에게 맞아 숨진 정연관 상병(당시 20세)에 대해 의문사 ‘인정’ 결정을 내렸다.
의문사위는 “정 상병이 여러 차례 ‘외압에 굴하지 않고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찍겠다’며 동료와 가족에게까지 다른 후보에 대한 투표를 적극 권유했다”면서 “군인 신분임에도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의식을 밝히고 실행해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의문사위에 따르면 정 상병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공개투표가 이뤄지는 등 조직적인 부정선거가 벌어졌다. 당시 부대원들은 “군 간부들이 노 후보만 찍을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접거나, 다들 지켜보는 책상 위에 투표용지를 올려놓고 도장을 찍었다”고 의문사위에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정 상병이 속한 내무반에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병이 3명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B병장이 10여명의 내무반원을 구타하는 과정에서 정 상병이 숨졌다.
의문사위는 “정 상병 사망사건은 담당 중대장과 보안사령부의 지시로 단순구타 사고로 은폐됐다”면서 “B병장도 ‘중대장과 보안사 요원들이 헌병대에 거짓 진술하도록 강압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1989년 13대 국회의 ‘양대 부정선거 특별조사위원회’가 정 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적이 있으나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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