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관은 여러 명의 해커가 지금까지 상상하기 힘든 최고 수준의 기술로 상당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작업한 흔적을 곳곳에서 포착했다.
▽조직적 해킹=해커들은 신분을 속이기 위해 여러 차례 경유지를 거쳐 e메일과 게시판 글을 표적 컴퓨터에 발송했다.
컴퓨터 사용자가 이를 열면 곧바로 해킹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이 프로그램은 해커가 해당 컴퓨터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관리자’의 위치를 확보하게 해주기 때문에 원격조종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해커는 컴퓨터의 각종 문서파일과 e메일, 사용자번호(ID), 비밀번호 등을 마음대로 빼낼 수 있다. 정보당국은 해커가 해당 기관의 전산망 전체를 마비시키는 대규모 사이버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커들은 원하는 정보를 일단 확보한 뒤 이를 곧바로 자신의 컴퓨터로 불러들이지 않고 여러 경유지를 거치는 정교함을 보였다. 이 같은 수법은 여러 전문 해커들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하지 않으면 구사하기 힘들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해커들이 한 기관을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해킹한 것도 이들의 조직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치밀한 기법=해커들은 각 기관에 대한 해킹 기법을 조금씩 달리했다. 또 추적당하는 듯하면 기법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세밀함을 보였다. 실제 6월 중순 국내 주요 국가기관 6곳을 해킹했던 수법과 최근 추가로 드러난 4곳의 해킹 기법은 달랐다.
또 많은 기관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를 받기 전까지 해킹당한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해킹 기법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해커들에 의해 해킹당한 기관의 범위와 정보량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