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이명박 迷路’

  • 입력 2004년 7월 15일 18시 20분


15일 오전 출근길. 비가 내리면서 서울시청 부근의 주요 도로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특히 프라자호텔 뒤 북창동길은 밀려 있는 차량으로 긴 띠를 이룰 정도였다.

자가운전자인 한 회사원은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데 평상시엔 5분 정도면 충분한데 오늘은 20분이 넘게 걸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택시운전사는 요즘 서울시청 부근의 교통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게 두려울 정도입니다. 시청 앞 서울광장을 조성하면서 도로체계가 엉망이 됐고, 청계천공사까지 겹쳐 이 부근은 교통지옥이 돼 버렸어요. 손님은 없고 길은 막히니….”

평상시에도 출퇴근 때 차가 막히는 날이 많지만 요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서울시청 주변은 상습정체지역이 되곤 한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은 서울광장을 조성하면서 곳곳에 우회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교통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광장을 만드는 바람에 교통정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 우회도로를 ‘이명박 미로’라고 꼬집기도 한다.

서울광장은 교통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에게 광장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5월 개장한 이 광장은 최근 ‘잔디를 위한 광장’이 돼 버렸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개장 초기에 많은 시민이 서울광장을 찾으면서 광장의 잔디 대부분이 말라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서울시는 매주 월요일을 ‘잔디 쉬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요일에도 광장은 눈치를 봐야 밟을 수 있는 곳이 됐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잔디밭에 들어가면 서울시 관계자는 “잔디가 망가지니 어서 나오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한 시민은 “평소 광장 잔디밭 주변에 줄을 쳐 놓고 있어 선뜻 들어가기가 어렵다”며 “서울시는 광장을 조경용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좋은 취지로 만든 서울광장이 이래저래 애물단지로 변해 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서울광장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시청 주변의 교통문제에 대해 재검토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 싶다.

황태훈 사회2부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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