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유죄]“당연한 판결”vs“인권신장 후퇴”

15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유죄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등 사회 각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찬반으로 갈렸다.

방청석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재향군인회 등 군 관련 단체 소속 50여명은 유죄가 확정되는 순간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지만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사이에선 탄식이 흘렀다. 유죄가 확정된 최명진씨는 선고 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재향군인회 한국전쟁참전동우회 등 군 관련 단체들은 환영 일색. 재향군인회 윤창로 대변인은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당연한 판결”이라며 “지난번 하급심의 무죄판결로 병역 기피 확산과 국가기강 저해를 우려했는데 대법원이 명확한 판결을 해줬다”고 말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윤창현 사무총장 역시 “종교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병역의무는 그 체제를 수호하는 가장 기본적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이번 판결은 60년대 냉전시대의 논리를 답습한 듯하다”면서 “헌재의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서둘러 유죄를 판결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36개 진보단체로 이뤄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도 “한국 사회의 인권신장을 후퇴시킨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입법부와 헌재에 법 개정 등을 계속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명지대 허영(許營·헌법학) 석좌교수는 “당연한 판결로 헌재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인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논평한 반면 성공회대 한홍구(韓洪九·국사학) 교수는 “사법부가 여전히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大法판결문 살펴본뒤 계류중 사건 면밀검토”▼

5월 ‘양심적 병역 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는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李政烈) 판사는 15일 “기본적으로 하급심 판사로서 최고 법원의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당시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어 “(내게)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문을 살펴본 다음에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앞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대해 더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