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장은 김덕룡(金德龍) 대표권한대행 및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하는 영남권 및 비주류 의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임위화 무산을 비롯해 수도 이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지도부의 어정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의원총회는 4시간 넘게 계속됐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인사말에서 “야 3당 지도부와 연쇄 접촉해 예결위 상임위화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를 도출한 만큼 꼭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실현하겠다”며 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등 곧바로 비주류 중진들의 파상 공세에 부닥쳤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깨끗하게 (본회의에서) 표결하고 안 되면 사퇴하라”며 “안 될 일을 갖고 시간을 끌지 말라”고 다그쳤고,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예결위 상임위화는 처음부터 헛다리 짚은 것이었다”며 “오늘 의총이 끝날 무렵이면 지도부가 사퇴할 것으로 안다”고 가세했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수도 이전은 모두를 다 죽이는 법인데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야당이 과연 존재하긴 하느냐”고 당 지도부의 어정쩡한 대처 방식을 질타했다. 박찬숙(朴贊淑) 의원도 “지금 한나라당은 보수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 수도 이전에 왜 반대하지 않느냐”며 “돌다리도 지나치게 두드리면 깨진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도부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간간이 나왔다.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비주류 중진들의 ‘야성(野性) 회복’ 주장에 대해 “투쟁을 이야기하는데 어떤 것을 말하느냐”며 “예결위 상임위화는 유일하게 야당이 잡은 중심 이유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계동(朴啓東) 의원도 “야 4당의 공동보조 합의는 큰 성과”라고 엄호에 나섰다.
비주류 중진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김 원내대표와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남 수석부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朴槿惠)-김덕룡을 선택한 것은 상생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반영된 것”이라며 “상임위 대정부질문 전략 부재 등을 이유로 반발한다면 전략을 고치면 되는 것 아니냐.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같은 당 지도부를 향한 비주류 진영의 공세엔 권력투쟁의 성격도 깔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당내에선 19일 전당대회 후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2기 체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확보하려는 비주류 진영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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