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전문가들 “2007년 시작 건설사업가지고 당장 경기부양되나"”

  • 입력 2004년 7월 16일 18시 49분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은 16일 오전 경북 포항 포항공대에서 열린 대구 경북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해 수도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은 16일 오전 경북 포항 포항공대에서 열린 대구 경북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해 수도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박경모기자
경제전문가들은 ‘건설시장 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도 신행정수도 건설이 필요하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6일 발언에 대해 “한정된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성장잠재력을 키우려면 단순한 건설투자보다는 연구개발(R&D)과 교육 등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도 이전이 경제에 도움 될까=노 대통령은 이날 수도 이전이 건설경기를 살려 전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광두(金廣斗) 교수는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는 것도 아니고 공주와 연기에 도로를 건설하고 건물을 짓는 것이 전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전체 경기에서 건설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건설경기의 연착륙은 중요하다”며 “그러나 정부 주도의 건설경기 부양은 자칫 부작용과 거품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만우(李萬雨) 교수도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과거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건설을 해봤지만 경제 성장에는 큰 영향을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도 이전, 효율적인 투자인가=모든 주요한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수도 이전 문제도 비용-편익 분석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홍익대 경영학과 김종석(金鍾奭) 교수는 “수도 이전은 철저한 비용-편익 분석이 수반돼야 하는 과학의 영역”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수도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두 교수는 “교육과 연구개발 등 돈 쓸 곳이 많은데 왜 이 시점에서 수도 이전에 막대한 국가재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수도이전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만우 교수는 “수도 이전을 위해 거액을 투입하면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경제사회연구소장을 지낸 상명대 경제통상학부 함시창(咸時昌) 교수는 “만약 수도이전에 거액의 돈이 들어가면 충청도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본격적인 수도 이전이 2007년에야 시작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수도 이전이 당장 전체 한국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종석 교수는 “수도 이전은 2007년에야 첫 삽을 뜨는 사업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몇 년 후에 시작할 사업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특정 지역에서 투기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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