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침범 허위보고 파문]쉬쉬하다 北측 항의받고 공개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00분


해군이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함정의 핫라인 무선호출에 응답하지 않은 채 경고 함포사격을 하고, 상부에는 북한의 무선호출이 없었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군의 위기상황 파악 및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허위보고 상황=14일 오후 4시40분경 해군은 레이더로 NLL 북측 지역에서 선박 1척이 남하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각 출동한 해군 고속정과 초계함은 수십km 밖에 있던 해당 선박에 국제상선공통망으로 “귀함은 NLL로 접근 중이다. 즉각 북상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이 같은 무선 송신은 남북이 지난달 4일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2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것.

4시47분 NLL을 침범한 이 선박에 대해 남측 함정은 “즉각 북상하지 않으면 경고 사격한다”고 다시 경고했다. 남측 함정은 이 선박이 11km 인근까지 접근하자 4시54분 경고사격으로 2발의 함포를 발사했고, 문제의 선박은 5시1분경 NLL 북측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함정은 핫라인을 통해 남측 함정에 “지금 내려가는 선박은 우리 어선이 아니고 중국 어선이다”라는 내용을 세 차례나 송신했고, 남측 함정은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2함대사령부는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에는 상황을 정확히 보고했으나 상급부대인 합동참모본부에는 ‘북한 함정이 핫라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

▽커지는 의혹=2함대사령부가 왜 합참에 허위보고를 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해군이 해작사에 보고한 사실을 합참에 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허위 보고라기보다 실수에 의한 ‘누락’ 보고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해작사가 왜 사건 직후 합참의 잘못된 언론 발표를 보고도 상부에 정정보고를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합참은 당시 남북한 함정의 통신 내용을 모두 듣고 있던 정보당국이 15일 오후 국방부와 청와대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뒤에야 전모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무선호출이 있었던 시간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남측 함정의 함포 사격 이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측의 무선 내용엔 함포사격 이야기가 없고, 그 이전 상황에 대한 설명만 있기 때문이다.

남측 함정이 북한의 무선 호출을 무시한 채 함포 사격을 했다면 그 이유도 의문이다. 함포 사격의 최종 명령권을 갖고 있는 함대사령관에게 북한의 무선호출 여부가 보고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NLL을 침범한 배의 정체도 의문이다. 북한은 이 선박을 ‘중국 어선’이라고 주장했으나 국방부는 “북한 함정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군 일각에선 당시 해상의 가시거리가 5.5km에 불과해 남측 함정이 11km 밖에 있던 문제 선박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북한 함정으로 간주해 함포사격을 했을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관계 부담=이번 사건은 남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북측이 서해 남북 함정간 핫라인의 무용론을 들고 나올 경우 수십 년 만에 마련된 남북군사당국간의 화해분위기도 사라질 수 있다.

국방부는 “아직 북한에 사과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우선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NLL침범'정부 설명 비교

7월14일 1차 발표7월16일 2차 발표
북방한계선(NLL)침범 선박국방부 “북한 경비정” 판단.북측 “중국 어선” 주장, 남측은 “북측 경비정” 판단.
남북간교신 상황합참, “남측 함정이 국제공통 상선망을 통해 3차례 경고했으나 북측이 무시.”북측 함정, 3차례에 걸쳐 남측에 “지금 내려가는 배는 중국 어선이다”고 송신한 것을 남측이 확인.
북한 반응특별한 반응 없었음.북측, 15일 밤 “서해상에서 북측이 호출했지만, 남측이 응답 없었다”는 서신을 남측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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