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국회 열어보니…“면책특권이라지만…” 면박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03분


《17대 개원국회인 248회 임시국회가 15일 폐회됐다. 전체 299명의 의원 중 187명(63%)이 국회에 처음 발을 내디딘 ‘새내기’였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는 상당한 변화가 예고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원들보다는 각료들의 답변 태도 변화가 더 눈에 띄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자리다툼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야는 ‘박근혜(朴槿惠) 패러디 사진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극한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해 절제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콧대 높은 내각▼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정동영(鄭東泳) 통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 등 여당 실세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각료들의 답변 태도가 고압적으로 비치는 경우도 많았다.

“본회의장이 아니고 다른 데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상식적인 말씀을 하십시오.” “아니 어떤 네티즌이 저녁에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 올린 걸 가지고 홍보수석이 하루아침에 나가기 시작하면 견대 낼 홍보수석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 국회의원들이 17대 국회의 선거캠페인하면서 반성한 것은 국회의사당을 이용해서, 말하자면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다짐을 했습니까.” (이해찬 총리)

“가볍게 생각한 적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우물쭈물하지 않았습니다.”(지은희·池銀姬 여성부 장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각료들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성 질문에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맞받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님의 지적을 참고하겠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과거 장관들의 몸을 사리는 듯한 발언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각료들의 소신성 발언은 과거 각료들의 면피성 답변 관행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각료들이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가 아닌 ‘반대 정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여전한 구태…상임위장 놓고 한달간 감투싸움▼

개원 이후 ‘통과의례’였던 원 구성 지연이 또다시 재현됐다. 6월 5일 개원 첫 본회의부터 의장단 선출을 놓고 여야가 맞서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결국 오후 10시반이 돼서야 열렸고, 가까스로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는 무려 한달 가까이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만이라도 가져와야 한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여야는 결국 6월 29일 서로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는 선에서 원구성에 합의했다.

▼그래도 희망…보이콧-농성 극단투쟁 사라져▼

국회가 비록 국회법을 어겨가면서 원 구성을 지연시켰지만 운영에 있어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투쟁은 사라졌다. 개원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할 수 있는 대목은 여럿 있었다. 부의장단 구성, 상임위원장 배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원회 전환,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패러디 사진 파문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지만 본회의장 농성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동원되지 않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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