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청와대의 징계 결과 발표 직후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 정도 징계로는 사건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본보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14일 오전만 해도 청와대 내에서는 경징계인 △주의 △경고 △인사상 불이익 중에서 중간 단계인 ‘경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사건의 피해자가 전직 야당 대표인 데다 일반 여론도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기관인 청와대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등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류가 급속히 바뀌었다.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사과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서 패러디 사건은 아주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번졌다.
노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접하고 매우 격노했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각 수석비서관 등 고위 참모진 사이에서는 파면이나 다름없는 면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의 논의 과정에서는 대부분 50대인 수석비서관들과 ‘386 참모’간에 인식차가 드러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386 참모들은 “자르기까지 할 사안이냐”며 중징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16일 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인사위원회 회의는 매우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면직 조치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홍보수석실쪽에서 정상 참작을 요청해 한 단계 낮은 직위해제로 낙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직위해제 조치는 사실상 면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징계를 받은 당사자들에게 새로운 보직이 주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징계에 앞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홍보수석으로까지 징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특정 언론을 겨냥한 독설적인 글이 일개 비서관 명의로 잇따라 실리는 등 홍보수석실 내의 자체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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