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부가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수사한 사건에 대해 감사를 한 결과 어이없는 사례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A검사는 신용카드 부정발급 사건에서 2주 전 자신이 기소한 피의자를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B검사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 중인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또 지난해 9월 30일에는 붙잡혀 자백한 지명수배 피의자에 대해 담당 검사가 교육을 받느라 10월 18일 기소했다. 하지만 이미 공소 시효가 이틀이나 지난 뒤여서 피의자는 ‘자유’를 만끽했다.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도주한 사례도 있었지만 ‘철벽 보안’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적발되기도 했다.
주범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석 달 동안 사건 처리를 미루다 피의자가 만기출소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출소 사실을 알고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검사도 있었다.
허위계산서 발행 사건을 처리하면서 공소시효 만료일보다 3일 늦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한 경우도 있었다.
긴급 체포로 신병을 확보한 뒤 혐의가 없어 돌려보내는 ‘아니면 말고’ 식 수사가 남발된 것으로 지적됐으며 불필요한 구속 및 압수수색 등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 하고 사건번호나 내사번호조차 입력하지 않고 종결한 사례가 23건이었다. 이 가운데 5건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건이어서 검찰이 인신구속까지 시도했다가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한 경우다. 또 구속했다가 증거 불충분이나 혐의 없음 등으로 풀어준 사람이 36명에 이르렀다.
지명수배 해제를 4일 이상 지연한 사례가 158건이고 이중 한 달 이상 늦춰 당사자에게 불편을 준 경우도 2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의 주의력 부족이 큰 원인”이라며 “적발된 검사에게 상응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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