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軍) 정훈장교들이 장병들에 대한 대적관(對敵觀) 교육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북한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등에 대해 군 수뇌부와 여권의 생각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2월9일 남재준(南在俊) 육군참모총장은 사상 처음으로 대전 계룡대에서 전군의 정훈장교들이 참석하는 '대적관 확립 정훈장교 워크숍'을 개최했다. 남 총장은 이날 "올해가 '대적관 확립의 해'인만큼 보다 철저한 장병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방대 정신교육단은 교수 1인당 60여개 부대를 돌며 대적관 교육을 하고 있고, 육군은 내년부터 정훈장교를 730여명에서 860여명으로 18%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야전부대 정훈장교들은 국방일보뿐 아니라 일반신문에서 장병들의 대적관 확립에 도움을 주는 기사와 칼럼을 스크랩하기 바쁘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정훈장교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6월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李鍾奭) 사무처장은 군내 모 강연회에서 "병사들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보다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높은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더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야전부대의 한 정훈장교는 "이 처장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신세대 장병들 사이에 상당한 반향이 일어났다"며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군의 분위기를 너무 모른다"고 털어놨다.
정훈장교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백서 내 주적(主敵) 개념의 삭제다.
2000년 국방부장관 시절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지지했던 열린우리당의 조성태(趙成台) 의원마저 "주적개념을 국방백서라는 대외문서에 쓰는 문제는 검토할만한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보이자 정훈장교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육군의 한 장성은 "전술 중 가장 높은 수준이 적의 대적관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다음이 적의 동맹관계를 무너뜨리는 것, 마지막이 실제 무력전쟁"이라며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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