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해군 경고사격’ 제대로 보자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16분


14일 오후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함정에 대한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해군 함정은 NLL 침범 함정을 북한경비정으로 인식하고 국제상선공통망을 이용해 3, 4회 경고방송을 한 뒤 응답이 없자 함포 2발을 경고사격했다.

▼‘先조치 後보고’ 필요했을수도▼

그러나 1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직후 국방부는 14일 합참 발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북측이 “지금 내려가고 있는 선박은 우리 어선이 아니고 중국어선이다”라고 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송신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NSC는 북측이 국제상선 공통망을 이용해 우리 해군함정을 호출했다는 사실이 합참에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고사격이 이뤄졌음을 문제시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방장관에게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해군으로선 우리 NLL을 침범한 함정을 경고사격으로 북쪽으로 되돌려 보낸 기본임무 수행 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18일 정부 합동조사단에서는 당시 함포사격을 받은 선박이 애초에 합참이 발표했던 대로 북한 경비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진상조사 과정에서 중시해야 할 것은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이해다. 서해 NLL 해역은 가장 예민한 남북군사접촉지역이다. 또한 NLL 해역에서의 경계활동은 항상 북측의 기습적인 도발행위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조치 후보고’가 필요할 수도 있다. NSC와 군당국은 2002년 6월 29일 서해교전 당시 북측의 기습공격을 받고 심대한 피해를 경험한 우리 해군 장병들의 심리적 긴장상태와 경계자세를 고려해 진상조사에 임해야 한다. 특히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경고사격 이전의 보고문제다. 우선 어떤 판단이 개재됐건 경고사격 당시의 상황이 있는 그대로 상부 지휘부에 보고되지 못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 진상과 책임소재는 규명돼야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문책도 필요하다.

둘째, 사건 당일 우리 해군이 행한 경고사격 행위의 시의적절성 문제다. 북측으로부터의 송신 사실이 합참에 보고됐더라도 합참이 그 보고 때문에 경고사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차후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은 사전보고 여부와 상관없이 ‘선조치’ 행위로서 시의 적절한 현장조치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번 남북 해군함정이 사용한 ‘국제상선 공통망’은 결과적으로 상호교신수단으로 사용됐다기보다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호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즉, 핫라인의 기능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상대방 송신내용의 진위도 가릴 수 없는 일방적 송신에 불과했다. 북한측의 송신내용도 우리 해군이 요구하는 NLL 월선 여부에 대한 응답도 아니며, 당시 상황에서는 우리 해군의 경계조치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북측의 이런 송신행위와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한 이번 NSC 회의 결과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보고절차보다 경계임무가 우선▼

앞으로도 남북간에 서해 해상경계선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NLL 해역에서의 긴장과 대소규모의 충돌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 양측 해군함정 간에 직접 간접 통신망이 구축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는 보고절차상의 하자 여부에 중점을 두기보다 우리 해군장병들이 기본 경계임무를 행동수칙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완수했는지를 규명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박용옥 한림대 교수·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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