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설치사실이 본보의 특종 보도로 알려진 뒤 이 단체는 여성의 인권 침해라며 곧바로 백화점측에 항의서한을 보내 해명과 시정조치 및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 단체의 대표는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었다. 지 장관 외에 열린우리당 한명숙 이미경 이경숙 의원도 이 단체의 대표를 지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이 단체 부회장 출신이다.
특히 지 장관은 여성연합이 여성운동의 구심점이 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여성의 인권 침해가 분명한 청와대 홈페이지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패러디 사진 게재 파문에 대해서는 닷새가 지난 18일까지 침묵하고 있다. 그 흔한 성명서조차 내지 않았다.
이번 파문은 수도 이전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일이어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 단체의 이구경숙 정책부장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하고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적극 대응에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숙 의원은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한 일이 아닌 만큼 한나라당이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연합은 이번 사안을 정쟁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여성단체는 정당도, 정부기관도 아닌 비정부조직(NGO)이기 때문이다.
여성연합은 1987년 창립 당시 회칙에 여성 해방 쟁취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고 그 후 여성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두 딸을 두었다는 한 30대 남자는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여성단체들의 무대응이 실망스럽다”며 “이래 가지고 어떻게 호주제 철폐와 여성 권익 신장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여성단체는 지금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진경 사회2부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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