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공청회, ‘여론수렴’ 없고 ‘여론몰이’일색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55분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청회’의 성격이 ‘홍보대회’로 굳어지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당초 “후보지 평가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앞으로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반영해야 할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라고 공청회의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안 제시나 찬반토론 과정을 축소한 채 ‘친(親)정부 인사’들을 내세워 정책홍보를 앞세우는 ‘여론몰이식 공청회’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수도 이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는 주제발표자나 토론자 선정에서 모두 제외됐다.

기본적인 행사 운영 능력도 떨어졌다.

3시간 일정은 모두 4시간을 넘겼고 초반 2시간가량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정부측의 획일적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작 토론시간에는 다수의 참석자가 졸거나 퇴장하는 등 맥 빠진 모습이었다.

총9회 일정의 공청회는 12일 대전을 시작으로 충북 청주, 부산, 광주, 강원 춘천, 서울에서 차례로 열렸다. 남은 일정은 전북 전주(20일), 대구(21일), 제주(22일) 등 3회.

대전 청주 등 충청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참석자 대부분이 “국민투표는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며 행정수도 이전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광주 춘천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일부 토론자들이 “다른 지방도 함께 균형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대체로 수도 이전의 필요성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방청석은 썰렁했다. 그나마 채워진 자리는 대부분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공무원, 건설업체 관계자들과 주최측이 전세 낸 버스를 타고 참석한 충남 연기군-공주시 주민이었다.

서울 공청회 때는 행정수도 이전을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패널의 지적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방청석은 3분의 1가량만 찼다. 그나마도 수도 이전 후보지역 주민, 이전 반대 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이해당사자들이 절대 다수였고 일반 시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신원우(申元雨) 추진위 입지환경국장은 “국민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과정이나 실효성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찬반으로 갈려있다고 판단했다”며 “먼저 국민의 이해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정책홍보에도 많은 힘을 쏟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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