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기 체제]기회이자 시련… 黨개혁 고삐죌까

  • 입력 2004년 7월 19일 18시 55분


19일 돛을 올린 한나라당의 박근혜(朴槿惠) 대표 2기 체제는 ‘기회와 위기’라는 양날의 칼 위에 올라섰다.

일단 박 신임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재신임을 받은 만큼 향후 2년간 소신껏 당 운영을 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받았다.

▽대선고지를 향한 경쾌한 출발과 과제=박 대표는 조만간 당직 개편을 단행한 뒤 ‘집권 3개년 발전전략’을 내놓고 당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변화의 폭과 강도에 따라 차기 집권의 성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박 대표는 대권 레이스에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당내 잠재적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박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상생(相生)의 정치’가 연착륙할 수 있을는지도 관심사다. 박 대표는 상생의 정치를 통한 건전한 정책 대결을 천명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게 순탄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올 정기국회부터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언론개혁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은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할 주 전장(戰場)이 될 전망이다.

▽리더십 검증을 거쳐야=당내에서 박 대표가 마주칠 도전과 시련도 만만찮다. 박 대표가 첫 사령탑을 맡은 지난 100일간은 과도체제의 성격이 짙었던 만큼 박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검증은 사후 과제로 미뤄졌었다.

실제 박 대표를 둘러싼 현재의 당내 기류는 우호적이지 않다.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대여강경 그룹과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 영남권 보수 성향 의원들이 박 대표 등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도가 강점이지만 비주류 진영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벌써부터 “박 대표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의 경선 불참으로 인해 새 지도부에 당내 제 세력의 갈등 조정에 나설 정치력을 갖춘 중진들이 포진하지 못한 것도 박 대표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넘어야할 산=박 대표가 세 확산에 돌입할 경우 박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 등 당내 대선후보 주자들의 대권 행보도 본격화돼 당내 대권 레이스가 조기 과열될 수 있다. 이 시장과 손 지사 등이 박 대표에 맞선 당내 비주류 진영과 손잡을 경우 한나라당은 2007년 대통령선거 전 ‘분당(分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돌고 있다.

박 대표를 겨냥한 여권의 검증 공세도 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박 대표가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여권의 검증 공세는 보다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여권이 추진 중인 친일진상규명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등이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박 대표는 본격적인 검증과 시련의 터널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결국 박 대표는 당의 변화를 주도하는 한편 당 안팎의 검증을 버텨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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