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방부에 따르면 14일 우리 해군 함정은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핫라인으로 다섯 차례나 호출하고 경고방송을 했으나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이에 대한 정확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
북한 경비정은 해군 함정이 경고사격을 하기 전 “지금 내려가는 것은 중국어선”이라고 첫 송신을 했으나, 자신들의 NLL 침범 사실을 인정하거나 북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은 또 해군 함정의 경고사격 2발을 받은 뒤에는 오히려 핫라인을 통해 “남측 함정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니 빨리 남하하라”고 억지 주장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남북 함정은 핫라인을 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부르는 ‘백두산’(북측), ‘한라산’(남측)이라는 호출신호만 지켰을 뿐 실제상황에 관해선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결국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것.
남북한은 서해교전과 연평해전 등 서해상에서의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군 장성급 회담을 통해 핫라인 운영에 합의했었다.
군사전문가들은 남북의 핫라인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NLL을 둘러싼 남북간 이견이 먼저 조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상(北上)하라’는 남측의 호출에 NLL을 침범한 북측 함정이 ‘알았다’고 응답하며 지시를 따를 경우 북측으로선 NLL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북측 함정이 ‘불법어업 중인 중국어선을 쫓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라도 남측 함정은 북측 함정의 NLL 침범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해군은 14일 상황에 대해 “북측이 중국어선을 앞세워 NLL을 침범하는 새로운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국가경제 악화로 북한군이 어획물 압수 및 벌금 부과를 위해 중국어선의 나포에 더욱 매달리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남북 함정간 교신 상황 및 이후 경과 | 시간 | 내용 |
14일 오후 4시12분 | 북한 경비정 황해도 등산곶에서 기동 시작 |
오후 4시35∼36분 | 해군 함정 출동, “백두산 둘(북측 지칭), 여기는 한라산 둘(남측 지칭)” 3차례 북 경비정 호출 |
오후 4시40∼47분 | 해군 함정, 3차례 경고 통신.“귀측은 해상 군사분계선 1.2마일(2.2km) 전이다. 즉시 방향을 바꿔라”“귀측은 해상 군사분계선 0.3마일(0.55km) 전이다. 즉시 방향을 바꿔라”“경고한다. 북상하지 않으면 발포할 것이며 모든 인적 물적 피해의 책임은 귀측에 있다”북 경비정, 무응답 |
오후 4시47분 | 북 경비정, NLL 침범 |
오후 4시51분 | 해군 함정, 4차 경고 “북상하지 않으면 발포한다” |
오후 4시51∼52분 | 북 경비정, 1차 송신. “한라산 둘, 백두산 둘. 지금 내려가는 것은 중국 어선”이라며 계속 남하 |
오후 4시52분 | 해군 함정, “발포하겠다” |
오후 4시54분 | 해군 함정, 경고 함포사격 2발 |
오후 4시54분 | 북 경비정, 2차 송신 “한라산 둘, 백두산 둘. 지금 남하하는 선박은 중국 선박. 귀선(해군 함정)은 빨리 남하할 것” |
오후 4시56분 | 북 경비정, 북상하며 3차 송신. “한라산 둘, 백두산 둘. 그쪽의 선박(해군 함정)이 군사분계선 1마일(1.8km) 침범. 빨리 남하하라” |
오후 5시 1분 | 북 경비정, NLL 넘어 북상 |
15일 | 북 전화통지문, “14일 오후 4시41∼45분 사이에 세 차례 호출했는데 남측이 응답하지 않아 귀측은 제3국(중국) 어선을 우리측 함선이라고 하며 우리측 수역에 침범해 경고 사격하는 엄중한 도발을 했음” |
17일 | 북 서해함대 발표, “남조선 군부가 발표한 그 시간 그 수역에는 우리측 경비정은 한 척도 없었다. 남조선 전투함선들의 우리측 영해침범 계속 노골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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