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방송 보고서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탄핵 주도세력을 정당화하고 소모적 논쟁을 재현했다.”(김평호 단국대 교수)
한국언론학회가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전환기의 한국 언론:한국 방송의 공정성’ 세미나에서 이 학회 소속 교수들이 6월 10일 발표한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방송 보고서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세미나에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연구원 이민웅 윤영철 교수(연세대)와 함께 연구를 수행했던 윤태진 최영재 김경모 이준웅 등 ‘386’ 교수 4명이 모두 참석해 토론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탄핵방송은 공정했나?=윤영철 교수는 탄핵방송이 불공정했다는 근거에 대해 “탄핵사태는 공정성 규범을 적용해야 하는 ‘합법적 논쟁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데도 탄핵방송은 ‘반대’ 편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윤태진 교수는 “방송사가 탄핵을 일탈의 영역으로 해석했다면 자가당착이다. 방송사가 탄핵 찬반에 대한 토론 프로그램을 7회나 내보낸 것은 탄핵을 논쟁적 사안으로 보았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임기를 한 달 남겨둔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한참 남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김평호 교수도 “탄핵 주도 세력에 대해 오히려 더 준엄한 비판이 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기계적 균형’에 대해서도 논쟁이 오갔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방송사들은 탄핵 찬반 의견을 3 대 7로 보도했는데 이는 당시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공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영철 교수는 “방송사가 공정성 기준으로 내세운 의견 지지도나 시대정신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언제든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가변적 개념”이라며 “정권의 노선을 시대정신으로 합리화해 공정방송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탄핵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이민웅 교수는 “보고서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없고 연구자의 성향만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비방”이라고 지적했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도 “보고서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인상비평 수준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학자의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보고서의 학술적 의미가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해석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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