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볼턴 차관 “북한 核개발 포기하면 김정일정권 유지 가능”

  • 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06분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사진)은 21일 북한이 리비아식 모델을 따를 경우 북-미간에 근본적인 관계 변화가 있을 것이며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리비아식 모델’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계자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정권 유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방한 중인 볼턴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 대사관 공보과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김 국방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6월 열린 3차 6자회담 직전 일부 참모가 미국측 제안서에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no regime change)’라는 문구를 포함시키자고 건의했지만 이에 강력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이면까지 감안하면 볼턴 차관이 이날 ‘정권 유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방한했을 때는 김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수차례 언급하며 “포악한 독재자이고, 북한 주민의 악몽”이라고 말했었다.

볼턴 차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연세대에서 공개특강을 갖고 “그러나 북한이 농축우라늄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전략적 선택(핵 포기)을 할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없으며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또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북한이 한국정부의 의도를 역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제하면서도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볼턴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를 방문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을 만났다.

부시 행정부 내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볼턴 차관이 이 차장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노무현 정권 초기 이 차장을 ‘탈레반’으로 부르기도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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