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전면전 언급 배경]思想戰통해 ‘野性 리더십’ 부각

  • 입력 2004년 7월 21일 19시 09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최고위원이 21일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발언을 함에 따라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 대표는 이날 저녁 자택에 기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간첩 빨치산 출신 인사에 대한 민주화 운동 인정’ 등의 사례를 들며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자신을 겨냥한 당내 대여 강경파들의 ‘야당성 부족’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새 대표 취임 후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기에 앞서 ‘야당다운 야당의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계산도 작용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는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 일제히 정권을 향해 사상전(思想戰)을 공개 제의한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이날 한나라당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3개 상임위 연석회의에선 “최근 여권의 공세가 한국 현대사를 부정하고, 남한 정부수립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사상논쟁을 본격화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여권이 광복 이후 과거사를 문제 삼아 한나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의 표출로도 풀이된다. 특히 여권이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박 대표를 끊임없이 흠집 낼 경우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신봉하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신봉하는가를 점검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는 사상논쟁을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남한 정부수립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 대한민국 현대사를 긍정하느냐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여당은 현대사를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꺼내들며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4일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21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25일경 폐지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기남 의장은 “국보법은 폐차 직전의 고장 난 차와 같으며 고장 난 차로는 21세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며 “국보법 개폐 문제를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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