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핵심은 이라크 파병 문제.
먼저 신 의장은 “우리당 의원들 중에서도 파병 반대의견이 있지만 당론은 철회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평화와 안전을 원하지만 이라크 무장집단의 행위에 굴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로 오히려 희생을 더 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비슷한 경우에 필리핀은 철군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제2, 제3의 김선일 사건과 같은 희생이 명약관화한데 파병을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를 배석했던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화씨 9/11'이라는 영화 얘기를 꺼냈다.
천 의원은“신기남 의장 방미 기간 중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인데 혹시 보셨나”라고 물으며 “여러 의원들과 함께 꼭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허겁지겁 빨리 파병하려고 하지만 말고 일단 11월 미국 대선까지만이라도 기다렸다가 판단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신 의장은 “추가파병 강행도 용단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말로 기존 입장을 반복했고 배석한 김부겸 우리당 의원 역시 “노대통령도 파병 결정을 내렸지만 말로 형언키 어려운 온갖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양 측 대표단이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분위기가 머쓱해진 사이, 이번에는 김혜경 대표가 “칭찬도 하나 해야겠다”며 말을 꺼냈다.
김 대표는 신 의장에게 “어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아주 좋은 말씀 해주셨다”며 “‘고장난 차’와 마찬가지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 의장도 “당론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내 소신”이라며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개혁과제에 도움이 되어주시리라 믿으며 당내에도 ‘우당(友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천 의원이 다시 쓴소리를 던졌다.
천 의원은 “우당이라고 하시는데 벗 우(友)자인지 국회좌석배치의 오른쪽 우(右)자인지 모르겠다”면서 “지난 40일 동안의 국회 활동을 보면 아마 후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정책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이지 어느 정당과의 장기적인 고정 공조를 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천 의원은 한걸음 더 나가 “우리는 정기국회를 벼르고 있다”며 “한나라당이야 그렇다치고 과반 정당인 열린우리당이 자기 책임을 지는 정치를 펼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의 ‘우당(右黨)’발언에 당황한 신 의장은‘라이벌’이라는 표현으로 관계설정을 다시 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우리 정치사에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와 좋은 라이벌이 되어 과거 여야 관계와 다르게 정책경쟁을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번에는 김혜경 대표의 응수.
김 대표는“개혁표방한 정당답게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해나갈 때 우리 당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대표단 회동이 끝난 뒤 민주노동당은 대화록을 공개하고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신 의장의 발언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그린 듯 똑같다”며 “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개혁적 성격을 유지할 때 협력할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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