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전 北核 성과” 잰걸음

  • 입력 2004년 7월 22일 19시 36분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미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6자회담 초기에 핵무기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와 인권문제를 모두 다루겠다던 태도와 달리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태도 변화=한국 방문을 마치고 22일 떠난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21일 미국의 6자회담 접근 방식과 관련해 “핵 타결을 위한 대화이기 때문에 핵 문제 이외의 장거리 미사일 등 WMD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또 3차 6자회담에서 내놓은 구체안과 관련, 상응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미 행정부 관리는 22일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여러 조건 중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이행하면 미국도 탄력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태도변화는 용어 사용에서도 감지된다. 미국은 고농축우라늄(HEU)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대신 농축우라늄(UE·Uranium Enrichment)이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미 행정부 관리는 “의도적”이라면서 “일본도 HEU라는 용어 대신 UE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HEU가 없다고 주장해 온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줌으로써 협상에 탄력을 주는 한편 북한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셈이다.

그러나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UE의 범주에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이 포함되고 어떤 것이든지 ‘한반도 비핵화 합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어서 두 단어를 혼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질적 진전 미지수=6자회담 틀을 벗어난 북-미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안보포럼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박길연(朴吉淵) 유엔주재 북한 대사를 만난 커트 웰던 하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은 21일 “정권유지를 보장한다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볼턴 차관의 ‘북한 정권 유지’ 언급과 맞물린 이 발언은 향후 북-미 대화 전개에 긍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이 북핵 문제의 획기적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주장하는 ‘선 동결, 후 폐기’는 물론이고 검증 방법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크기 때문. 북한이나 미국 모두 미 대선까지 시간을 끌어보려고 전술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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