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법관 첫 제청]김영란 후보자는…강금실장관과 동기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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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 제청된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후배 및 동료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그는 국민의 기본권 및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중시하는 판결 성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9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때 국가정보원이 피고인과 변호사의 접견을 차단한 데 대해 “헌법에 보장된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 2003년 5월에는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에게 ‘왕따’를 유발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 법대 4학년 때인 1978년 사법시험 20회에 합격한 뒤 2003년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고법 부장판사에 오르는 등 승진 가도를 밟아왔다. 2001년엔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검사 출신의 강지원(姜智遠·54) 변호사가 남편으로 ‘판검사 부부’ 1호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자녀교육론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이과였으나 ‘서울대 법대 합격자를 많이 내야 한다’는 학교의 입장 때문에 진로를 바꾼 김 부장판사의 경험이 작용했다는 설명.

이들 부부는 이 같은 교육론을 몸소 실천해 큰 딸(21)이 고교 입학 한 달 만에 “규격화된 학교가 싫다. 수능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전남 담양의 대안학교 한빛고교에 보냈다. 현재 큰 딸은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 중. 작은 딸(17) 역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 ‘이우(以友)학교’에 다니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조배숙(趙培淑) 열린우리당 의원이 경기여고(63회) 및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 이들은 조 의원이 여성 검사 1호, 김 부장판사가 사시 동기생 부장판사 1호, 강 장관이 형사지법 여성 판사 1호를 각각 기록하면서 법조계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평범한 ‘며느리’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1982년 결혼 후부터 지난해 시어머니가 세상을 뜰 때까지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치매였던 시아버지의 경우엔 6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냈다고 한다.

남동생 김문석씨(45)는 서울지법 부장판사.

취미는 독서.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고교 시절엔 신문반에서 문재(文才)를 과시하기도 했다.

△부산 출생 △사법시험 20회 △1981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93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1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2003년 대전고법 부장판사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대법관▼

법관으로서 최고의 영예와 권위가 주어지는 자리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있으며 6년의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다. 대법원은 개별 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권을 가지며 논란이 되는 법률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권을 갖는다. 또 대법원의 판결 및 해석은 하급심 판결 및 각종 행정행위의 기준이 된다. 대법원장이 15년 이상의 법조계 경력을 가진 40세 이상의 법조인 가운데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해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연임이 가능하며 65세가 정년.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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