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동의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1948년 제헌헌법 공포 이후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게 된다. ‘장관급 여성법관’으로는 지난해 8월 첫 여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된 전효숙(全孝淑·53·사시 17회)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시대’=김 후보자 임명제청은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대법관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법조계 안팎의 요구에 대법원이 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비판사의 여성 임용률은 2000년 16.6%에서 2003년 49.1%로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전국 법원 판사 1821명 중 여성이 171명(9.4%)으로 10% 벽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성 대법관 탄생은 한참 늦다. 미국은 1981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74)이 최초의 연방대법관에 임명됐으며 현재 9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이 여성이다. 일본은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에 해당) 재판관 15명 중 요코오 가즈코 재판관(63)이 두 번째 임명된 여성 최고재판관이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사법부의 수장이 여성이다. 여성인 강금실(康錦實)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에 기용돼 국민의 인기가 높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수 및 서열 파괴=이와 함께 대법관 구성에서 기수와 서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달라진 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 사시 20회인 김 부장판사는 2003년 9월 임명된 김용담(金龍潭·사시 11회) 대법관보다 9기수 아래다. 많아야 두 기수를 넘어서는데 불과했던 종전 대법관 인사에 비하면 ‘파격’이다. 40대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은 1988년 49세의 나이로 대법관이 된 김용준(金容俊) 전 헌법재판소장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법원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한 것도 이번 임명과정에서 평가할 만하다.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대법관 제청절차를 투명화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한 대목. 김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민단체에 의해 후보에 올랐다.
내년 중 최 대법원장을 비롯해 변재승(邊在承) 유지담(柳志潭) 윤재식(尹載植) 이용우(李勇雨) 배기원(裵淇源) 대법관이 줄줄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이번 대법관 제청이 향후 대법관 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법조계 반응=법조계는 대체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위한 긍정적인 선택”이라며 환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여성 판사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우리나라도 이제 여성 대법관이 나올 때가 됐다”며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만큼 적절한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대법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정말 변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지만 기수와 연륜이 너무 낮아져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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