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委, 국회 산하로…靑 ‘정체성 의혹’ 주범 떼내기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48분


정부 여당이 23일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의 주체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 산하’로 이관키로 한 것은 논란을 야기해 온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활동에 대한 청와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의문사위가 남파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인사로 인정하고 간첩 사건에 연루됐던 조사관이 군 장성을 조사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 화살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그동안 드러내놓고 말은 못했지만 곤혹스러운 분위기였다. 의문사위 1, 2기 모두가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것인데 마치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비화되는 듯한 최근의 양상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속을 태워야만 했다.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제1정조위원장도 이날 당-정-청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간첩을 민주화인사로 결정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어떻게 된 것이냐고 청와대에 문의했더니 청와대 관계자가 ‘의문사위는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지만 완전한 독립기구이며 통제 밖’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특별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위원 9명을 국회 동의를 받아 지명하고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 외에는 의문사위 활동 자체를 지휘할 아무런 권한도 부여돼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을 국회로 넘기고 위원들도 각 당의 추천을 받아 선임,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야 협의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의문사건’ 전반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민생이 중요한 시점인데 과거에만 매달릴 것이냐”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청 회의에서는 동학 관련 법안, 일제하 관련 법안, 6·25전쟁 관련 법안, 삼청교육 피해자 관련 법안 등 각종 과거사 법안을 시기와 범주별로 통합해 2, 3개의 위원회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작업을 하는 방안이 합의됐다. 다만 ‘일제강점 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별도 추진키로 했다.

물론 이들 개별 법안이 보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합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혹은 개정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정부와 청와대는 당과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와 정부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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