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보고 누락 경징계]해군작전사령관 “합참보고 말라” 지시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48분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사건에 대한 23일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의 골자는 ‘군의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었지만 해군의 대응조치는 합당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4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되돌아간 오후 5시1분 이후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작전참모로부터 북한 경비정의 핫라인 호출 사실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작전참모가 이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려고 하자 “북의 기만전술에 불과하니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합참 지휘통제실의 실무장교는 NLL 침범사건이 끝난 지 15분 만에 다른 계통을 통해 북의 호출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즉시 보고하지 않고 다음날인 15일 오전 7시반에야 상관인 지휘통제실장(대령)에게 보고했다. 지휘통제실장은 이를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상관인 작전본부장(중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 정보본부의 보고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대북통신감청부대로부터 북의 호출 사실을 전달받은 합참 정보융합처장(준장)은 부하 과장(대령)을 불러 “이를 본부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같은 날 퇴근 중이던 정보본부장이 “별일 없느냐”고 묻자 “별일 없다”고 대답해 보고를 누락했다.

15일 오전 정보융합처장은 또 다른 부하장교에게서 “북의 호출 사실이 합참의 작전계통에선 보고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우리도 대북감청 1일보고서(일명 블랙북)에서 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합조단은 “북한 경비정이 모두 세 번 송신을 했으며 경고사격 전에 북이 첫 송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실시간으로 상황장교→2함대 작전참모→2함대 사령관→해작사 작전처장→해작사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박정조 단장은 “이들 대부분이 북의 호출을 ‘기만교신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측이 ‘한라산-백두산’ 등 남북이 합의한 호출부호를 사용했고 호출 내용대로 현장 부근에 중국 어선이 있었기 때문에 보고를 누락할만한 기만교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합조단은 북 경비정에 대한 해군의 작전은 작전예규에 의거해 정상적으로 실시됐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해군 2함대 문책대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함대 사령관이 북 경비정의 호출을 보고받고도 경고사격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NLL을 수호하기 위한 합당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북 경비정은 해군 함정의 5차례 호출에 응답하지 않은 채 NLL을 넘었고 그 뒤 1차 응답 호출 뒤에도 북상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경고사격은 교전수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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