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보고 누락 안팎]曺국방 왜 ‘고의 누락’ 말했나

  • 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54분


연합
24일 국회에서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이 “해군작전사령관이 핫라인 교신 보고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발표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부합동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경고적 조치’를 하라며 경징계를 지시한 뒤여서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합조단이 ‘개인의 부주의와 과실’로만 발표했던 사안을 조 장관이 다시 ‘중대한 군기문란 사항’으로 지적한 것을 가볍게 여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5일 “조 장관이 합조단으로부터 해작사령관의 발언을 보고 받았으나 언론발표 시 이 내용이 빠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합조단의 조사내용 전체를 말하며 해작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했다”며 ‘돌출 발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언론발표 내용을 장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국방부 실무진의 ‘단순 실수’였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조 장관이 해작사령관의 발언을 공개한 것에는 무언가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조 장관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군의 심각성을 스스로 강조함으로써 ‘가볍게 넘어간다’는 정치권의 비난을 비켜가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통령에게는 문책 최소화에 감사하면서 군의 자성을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도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조 장관이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군인들이 포진한 군 수뇌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갑종 172기 출신인 조 장관에 대한 사관학교 출신 장성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해작사령관의 발언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결국 조 장관은 자신이 이 문제를 정치적 측면이 아닌 군사적 측면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이 밖에 조 장관 등 국방부 수뇌부가 합조단의 언론발표에서 해작사령관의 발언이 빠진 것을 알고 나중에 이 사실이 언론 등에 의해 드러날 경우 ‘고의 누락했다’는 은폐 축소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국회에서 발언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 같은 합조단의 언론 발표 누락과 해작사령관의 고의적인 보고 누락에도 불구하고 징계 수위는 당초 대통령의 지시대로 ‘경고’ 차원에서 매듭지을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작사령관 등에 대한 징계는 징계위를 별도로 소집하지 않고 장관이 구두 또는 서면으로 경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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