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김정일이 두려운 건 폭탄보다 채권이다”

  • 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57분


북한을 공격하려면 군사적인 정책보다 ‘국제 자본시장’이 효과적이라고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가 23일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국제 금융시장으로 북한을 공략하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칼럼 내용 요약.

북핵 문제가 한국 신용등급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9번째로 부진한 이유 중에는 ‘북한 효과’도 있다. 한반도에서 북핵 관련 긴장이 완화되면 한국이 경기를 살려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외부세계와 협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적인 조짐이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강경 일변도에서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이 준비가 덜 돼 있다 해도 북한 경제를 국제시장으로 편입시키는 데는 지금이 적기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인민생활공채’라는 국채를 발행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산정권이 자본주의적 자금 조달책을 수용한 것이다.

물론 이 채권은 북한 내에서만 매각되는 것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는 살 수 없다. 북한은 자국 경제가 외부의 영향으로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계 자본시장에의 노출’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경제·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정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민을 외부세계로부터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는 김 정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는 길이다.

글로벌 시장은 정보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번창하는 강력하고도 예측불가능한 생물이다. 김 위원장은 폭탄보다 채권을 더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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