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유신잣대로 국가정체성 거론”

  • 입력 2004년 7월 26일 18시 33분


청와대는 26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거론하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는 데 대해 “유신시대를 연상시키는 구태의연한 색깔 공세”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의 주장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던 유신독재 시대의 잣대로 국가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또 “참여정부가 수호하려는 국가 정체성은 강권통치의 수단이었던 유신헌법이 아니라 1987년 10월 29일 개정된 민주헌법 전문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면서 “참여정부는 5·16 군사쿠데타로 4·19혁명을 압살한 유신체제, 그리고 유신체제의 아류인 5공 정권과 대척점에 서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브리핑은 이어 “강제와 탄압, 인권 유린을 통치수단으로 삼았던 개발독재시대의 국가주의적 정체성으로는 결코 선진민주국가, 진정한 시장경제 시대로 갈 수 없다”며 박 대표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딸임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윤태영(尹太瀛) 대통령제1부속실장도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박 대표의 주장은 구태의연한 색깔 논쟁을 하자는 건지, 아니면 사상고백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노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시장 경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 출신을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 사태 등이 헌법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통령은 정작 이런 문제는 외면한 채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정부는 정체성 문제 대신 과거의 상처를 파헤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국민은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지킬 각오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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