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열린우리▼
▽청와대의 반격=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참여정부는 유신 독재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청와대 브리핑은 “참여정부는 3·1 정신을 계승해 4·19 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역사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며 “유신체제와 5공 정권과는 대척점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은 더 이상 권력의 도구가 아니며 대통령이 당과 국회를 지배하던 제왕적대통령 문화도 사라졌다”면서 “참여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를 완성형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영(尹太瀛) 대통령제1부속실장도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은 헌법에 담긴 사상의 자유, 관용과 인권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며 “다만 노 대통령은 ‘이철, 유인태씨 같은 사람들이 유신에 항거해서 감옥살이를 할 때 판사 한 번 해보려고 유신헌법으로 고시 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과거사를 끄집어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술 마시고 한 소리까지 문제 삼는)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사형과 고문을 하고 직장에서 쫓아냈던 데 대해 박 대표가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인간이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한나라▼
▽한나라당, “여권의 공세는 문제의 본질을 비켜갔다”=청와대가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정면 반박에 나서자 박 대표는 발끈했다. 청와대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박 대표를 흠집 내려는 ‘역(逆)색깔 공세’를 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가 해야 할 답은 하지 않고 왜 엉뚱하게 국가 균형발전 등을 얘기하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그동안 △간첩 및 빨치산 출신이 민주화 인사로 인정받고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시 재발방지도 요구 못하고 △미 하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을 여당이 저지하려고 하는 움직임 등에 대해 노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으나 청와대는 정작 이 질문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히 답변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의 정체성 혼란을 거세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나의 질문엔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며 “그런데도 과거가 어떻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어떻다는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 요구와 관련해 “20년간 줄곧 사과하지 않았느냐”며 “또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하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정권이 유신체제까지 박 대표에게 직접 대입시키는 것을 보니 여권의 과거사 진상 규명이 결국 박 대표를 겨냥한 ‘표적규명’이자 ‘정적(政敵) 흠집내기’임이 드러났다”며 “‘제2의 병풍(兵風)’ 같은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