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脫北]北인권법-대량탈북 정치권 이슈로 부각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47분


정치권이 북한 변수로 고민에 빠졌다.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의 상원 처리가 예정된 가운데 27, 28일 탈북자 450여명이 대거 입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북한 변수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신중한 자세다. 북한이 ‘인권’ 문제를 ‘체제 위협’으로 간주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북한인권법안과 대량탈북사태를 정면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열린우리당은 북한인권법안이 한미간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에 적극 반대할 경우 자칫 “북한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초래해 국내 보-혁(保-革)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량탈북사태를 보는 당의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탈북자 및 인권 문제가 나무라면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 숲”이라며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자세를 갖고 조용한 외교적 협력 원칙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어정쩡한 대북노선에 대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의 대북 노선과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과 공성진(孔星鎭) 제1정책조정위원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인 김문수(金文洙) 박계동(朴啓東) 의원 등이 27일 오전 탈북자를 맞기 위해 서울공항으로 마중 나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에만 매달릴 경우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내건 대북노선 유화정책이 희석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이슈화할 경우 보수 성향 의원들의 목소리에 대북 유화 정책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당내 갈등기류는 올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국가보안법의 개폐 문제를 놓고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 등 지도부는 보안법의 문제 조항 일부를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단 한 조항도 수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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