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나라당은 아직 사심이 있습니다.”
“자기희생이 없는... 보수의 블랙홀이죠.”
지난 27일 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 인터넷 채팅을 하며 나눈 얘기다.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 남 의원이 초대를 받은 형식으로 이뤄진 이 날 채팅에서 두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과거에 대한 반성 등을 주제로 ‘정치적인 잡담’을 나눴다.
당내 소장파 갈등에 대한 얘기는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386(의원들)과 사상전을 전개할 것인가”라고 묻자 남 의원이 “우리 내부부터 할 생각”이라고 답하면서 시작됐다.
‘치열한 내부전이 전개되면 분당까지 생각하느냐. 다 껴안고 갈 수는 없느냐’는 물음에 남의원은 “홍준표, 김문수 의원도 다 좋은 분들이지만 이제 정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는 말로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 의원은 “다 함께 격렬하게 붙되 용광로가 아닌 산채비빔밥처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남 의원은 “그건 감당이 안될 일”이라며 “하나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문제를 그냥 봉합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답했다.
당내 문제제기를 위한 소장파의 역할분담론도 나왔다.
남 의원은 ‘왜 수석부대표를 맡았는지 궁금하다’는 전 의원의 질문을 받고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은 자신과 최고위원을 맡은 원희룡 의원이 “(당 개혁을 위한)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사전에 협의한 시나리오로 소장파가 원내.외를 장악한 것이냐’며 정색을 하며 묻자 남 의원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여기에 전 의원은 “뒷걸음친 것은 원희룡 의원이고 (원 의원을) 민 것은 남 의원이라는 말이 있다”고 응수했다.
당 개혁에 대한 화제는 한나라당의 반성으로 옮겨가 ‘5.18 광주’에 대한 사죄까지 언급됐다.
남 의원이 “국민들은 이제 총풍이나 병풍같은 공작정치에 속을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저질렀던 과오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자 전 의원은 "어설픈 진보에 대해서도 자기반성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답했고 남 의원은 다시 "물론 (진보세력이) 역사에 세운 공이 지대함도 인정하면서..."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남 의원은 '5.18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
남 의원은 "광주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자 전 의원도“광주에 대해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일본 문제와 광주 문제가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일본의 사죄를 우리가 미흡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광주 역시 마찬가지 경우이며 한나라당의 명운을 떠나 지금이라도 얼른 사과하고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 역시 “한나라당이 광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가서야 현대사의 아픈 질곡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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