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측에 "탈북자를 모두 한국으로 보내면 한국이 이를 견뎌낼 수 있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한국=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의 유형은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최고위층에서부터 유학생, 러시아 벌목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숫자가 늘어나자 출신 및 성향에 따라 세력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황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탈북자동지회를 비롯해 백두한라회 등 단체가 10여개에 이르고, 북한 민주화를 추진하는 단체도 등장했다.
탈북자 사회는 햇볕정책 추진 이후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6월에는 국가정보원이 탈북자들에게 "햇볕정책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을 삼가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만든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이 최근 북한체제 비방 중지를 요구하는 협박에 시달리다가 사무실을 옮긴 일은 탈북자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가 될 수 있는 한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부담스러운데다가 북한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도 골칫거리기 때문.
강경 대응을 하면 국제사회가 들고 일어나고, 방치하면 북한 정부가 불만을 터뜨리는 곤혹스러운 처지인 셈이다.
중국은 이에 따라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탈북자는 북한에 송환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탈북자들은 묵인하는 2원적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엑스포를 계기로 인권단체들이 탈북자를 규합해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한다는 얘기가 나돌아 중국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탈북자에 대해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지만, 남북 민간접촉 과정에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가 남북 또는 북-미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최의철(崔宜喆)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자들은 북한체제 바깥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다시 데려가는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이외의 체제를 경험한 이들이 다시 북한 사회에 퍼질 경우 북한주민 전체가 동요할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
그러나 미 의회가 '북한 인권법안'을 통과시켜 본격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것을 불편해하는 북한이 6자회담 또는 남북대화에 연계시키는 등 나름대로의 강경한 대응으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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