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강병섭 법원장, 할말은 했다"

  • 입력 2004년 7월 28일 17시 33분


강병섭(姜秉燮·사시 12회) 서울중앙지법 원장이 27일 사의 표명과 함께 '판결의 공정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판사들은 대체로 "할 말을 했다"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 판결의 공정성이 중대한 위기에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강 법원장의 말에 공감한다"며 "이대로 가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 등이 개별 판결에 대해 비판하거나 시위를 하면 법관들이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강 원장이 묵묵히 일하는 판사들의 심경을 대변하기 위해 십자가를 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의 경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외부에서 이견을 밝히긴 해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판사들은 "'윗분이 하는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소장 판사들은 강 법원장의 지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 판사는 "무슨 위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 원장의 판단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판사들이 줄줄이 사표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법원 일부에서 제기된 '연쇄사퇴론'을 반박했다.

강 원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이미 19일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원 조직에 누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인사권자의 공식적인 결재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의를 밝힌 일이 언론에 먼저 보도돼 운신이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위기' 발언과 관련해 "29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후배 법관들을 위해 용퇴하는 마당에 법원의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론이 이것을 바로잡도록 도와야 한다"며 "한 사람의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관들이 불필요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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